다시 노트북에 대하여
7년 동안 써 온 노트북 컴퓨터 도시바 T1000SE가 너무 구형이
라 배터리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쓴 일(97년 8월 14일자)이 있는
데,이를 읽고 몇 분이 전자 메일로 조언해 주었다.비슷한 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더 있을 듯도 하고,또 문제점을 많이 해결
한 신형 컴퓨터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고 쓴 내 글의 미흡함을
보완할 수 있을 듯하여,일부를 옮긴다.
김선재씨(sjkim@eros.daewoo.co.kr)의 편지.
<(...)우연히 선생님의 컬럼을 읽고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전자 제품을 아끼고 오래 쓰시는 것을 보고 감동했습니다.배터리
관련해서,팩만 있으면 용산에서 그 팩에 내용을 다시 채워서 새
것처럼 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물론 가격도 저렴하고
요.혹시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시면 물어서 자세한 정보를 드릴
수 있습니다.아무쪼록 오래오래 사용하시면 좋겠네요>
다음은 김병문씨(bmkim@sktelecom.re.cr)의 편지.한글이 깨져
영문으로 다시 쓴 것을 번역했다.
<제 편지를 읽지 못하셨다니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영어
로 해 봅니다.배터리 문제에 관해서 쓰신 글을 읽었습니다.제가
일러 드리는 방법은,헌 배터리 케이스를 조심스럽게 뜯고 비슷한
팩에 있는 알맹이(cell)로 갈아 넣는 것입니다.요즘 배터리는 성
능과 지속 시간이 옛것보다 훨씬 우수합니다.이 방법은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해 볼 만합니다.딴 분한테 해 달라고 부탁해도 될
것입니다.비슷한 배터리 팩을 발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
니다.행운을 빕니다>
송효찬씨(hcsong@dthead.dwt.daewoo.co.kr)는 다 음과 같은 편
지를 보내 왔다
<쓰고 계셨던 제품이 너무 구형이어서 문제인 모양이군요.
요즘 제가 쓰는 노트북은 배터리 없이도 일반 전원에 연결해서
쓰는데 지장이 없습니다.요즘 제품은 모두 그런 줄 알고 있는데
조금 착각하신 모양입니다.그리고 제 노트북은 대우 솔로 펜티엄
입니다만 배터리도 듀라셀사에서 만든 범용 배터리를 사용해서
배터리를 구하는데 큰 문제가 없던데요.사용시간도 연속 사용시
6시간 정도되고요.타사도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의 노트북은 데스탑 제품에 비교해서 절대 성능이 뒤지지
않습니다.멀티미디어 기능,그래픽,통신까지 데스탑이 별도로 필
요없을 정도죠. 선생님의 기사로 해서 모든 노트북이 그런 것처럼
보일 것같아 이글을 드렸습니다>
이 분들에게 회신을 보낸 다음,먼저 김병문씨의 제안을 따라
보기로 했다.그런데,배터리 팩을 살펴 보니 도저히 쉽게 분해할
수 없게 돼 있다.나사로 조인 것도 아니고 완전히 폐쇄식이어서,
뜯어서 알맹이를 보려면 팩을 부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절대
로 분해하려고 시도하지 말 것'이라고 겁주는 경고문을 무시할
만큼 나는 용감하지 못하다.
그래서,다음에는 김선재씨의 조언에 따라 배터리 팩을 들고 용
산에 가 볼 생각이다.김선재씨에게 좀더 자세한 정보를 부탁했으
니 소식이 올 것이다. 요즘 새로 나온 노트북 컴퓨터는 송효찬
씨의 말대로 성능이 데스크탑 못지 않다.데스크탑의 자리를 노트
북이 차차 밀어내고 있는 추세여서,세월이 더 지나면 노트북이
데스크탑보다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내 경우에 노트북이 여행용으로보다는 거실용으로 주로 쓰였
다.물론 여행중에 가지고 다니기도 하지만,여행이라야 1년에 한
번 정도일 뿐이고,더구나 오래 전부터 취재가 주임무도 아니니,
그 무거운 것을 고집스럽게 메고 다닐 필요가 거의 없어졌다.이
제 노트북 컴퓨터를 배터리 때문에 쓰지 못하게 되자,전에 없던
아쉬움을 새삼 느끼게 되는데,바로 거실용 역할이다.
거실은 낮에 뿔뿔이 헤어졌던 가족이 저녁에 함께 모이는 공간
이다.저마다 텔레비전을 보거나,가벼운 독서를 하거나,빨래를 개
거나,또는 탁자에 누운 노트북 컴퓨터를 열어 간단한 작업을 하
거나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정신을 집중해야만 할 작
업이 아니라면,굳이 가족과 떨어져,딴방에 있는 데스크탑 컴퓨터
앞으로 갈 것까지는 없다.귀가해서 저녁 식사하자마자 딴방에 처
박히는 것은 환영받을 일이 되지 못하니까.
지니고 다니기 편한 팜탑 컴퓨터를 마련한다 해도 거실용 노트
북은 따로 하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박강문 <서울신문 과학정보부장>
뉴스피플 1997.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