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편지'같은 장난 이메일


  고등학교 동창생 하나는 학창시절 `행운의 
편지' 소동 이야기를 가끔 꺼낸다."글쎄,
그놈이 나한테 그걸 보냈더라고" 그는
한 반서 가까이 지내던 또 다른 동창생 친구를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야속해 한다.발신자를
감추었는데도 어떻게 알아냈던 모양이다. 

 행운의  편지를 받은 뒤 나폴레옹은 이런
행운을  맞았고,아무개는 복권이 맞아 거액을
쥐었으니,이  편지를 베껴 가까운 친구 다섯
사람에게 보내면 행운이 올 것이고, 그러하지 
않으면 커다란 재앙이 닥치리라.행운의 편지는
대충 이런 내용이다.

 내 액운을 떨치려면 남에게 덤터기를 
씌우라는 고약하기 짝이 없는 편지다.다섯
사람이 스물다섯 명에게 보내면,다시 125 
명으로 핵분열하듯 편지는 퍼진다.

 인간의 나약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숨어서
엿보고 즐기는 가학적인 사람이 이런 편지의 
첫 발신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이런
사람은 종이 편지 시절에도 있었지만,
요즘 같은 인터넷 이메일 시절에도 있다.

 나는 12월 10일과 11일 이상한 이메일을 
받았다.10일 받은 것은 이메일을 타고 이런
저런 바이러스가 전파되니 조심하라는 
경고이고,뒷것은 1천 달러를 벌 수 있는 방법을
일러 주는 것이었다.결론부터 말하면,이 두 
편지는 옛적 유행하던 `행운의 편지'의 변형
이다.

 <오늘 IBM에서  바이러스에 관한 정보를 
보냈기에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JOIN THE 
CREW'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으시면 열지 
마십시오.하드 디스크에 있는 모든 것을 
지워버릴  것입니다.지금 이 편지를 될수록 
많은 사람에게 보내주십시오!>

 편지는 이렇게 시작하여 `PENPAL GREETINGS!'
라는 제목의 편지와 `Returned or Unable  to
Deliver'라고 되어 있는 메일들도
컴퓨터 주변기기를 망친다고 알려 준다.

 이 편지는 존경할 만한 친지 김선생이 급히
내게 보낸 것이다.김선생에게 이것을 보낸 분은
그가 잘 아는 의학박사 서아무개씨다.서박사는 
또 잘 아는 동료 배아무개씨한테서 받았다.
이분들은 주변의 가까운 친지들이 해를 입을까
걱정해서 알려 주느라고 편지를 전달했다.

 믿을 만한 분이 보낸 편지라 나는 받자마자 
이내 사내 게시판에 올리고 컴퓨터 담당기자에게
기사를 쓰도록 지시했다.사려깊은 담당기자가
곧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에 물어  보고  장난
편지라는 것을 확인한 것은 퍽 다행한 일이었다.
이 편지에 나오는 바이러스는 실재하지 않는
유령이라는 것이고,이 장난 편지는 몇 년 전 
외국서 한참 유행하던 것을 최근에 누군가가 
번역해서 국내에 퍼뜨렸다는 것이었다.

 바로  사내 게시판에서 이 편지를 지우고
김선생한테는 전달을 중지하도록 알렸다.이
날 서울신문에는 장난 편지에 놀라지 않도
록 알리는 기사가 나갔다.

 `1천 달러 벌이' 이메일은 미국에서 박사 
공부를 하고 있는 조카에게서 왔다.다른 사
람에게 이 편지를 전달하면 빌 게이츠가 1
천 달러를 준다는 실없는 이야기가 있는데,
믿거나  말거나지만 나는 믿으련다.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란 재미 있는 곳 아니냐.
이런 내용의 편지였다.조카는 수천 명을 
거쳐서 온 이 편지를 받았다.

 두  이메일이 `행운의 편지'와 다른 것은
발신자가  밝혀져 있다는 것이다.그리고 편
지를 전파시키는 데에 이기심이나 공포감에
호소하지 않고 제법 이타심을 일으키는 방법
을 쓴다는 것이다.전달자들은 가까운 사람들
이 손해를 피했으면, 또는 돈이 벌리는
행운이 내 가까운 사람들에게라도 왔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일으키는 손해가 행운의
편지보다 더하다는 것이 문제다.그 전파 속
도는 종이 편지와 비교할 수도 없이 빨라
피해자가 엄청나다.나만 해도 아침 바쁜 시
간에 사내 전자게시판에 올리느라고 10분쯤
소비했다.100만 명이 10분씩이라면 1천만
분이 허비된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이메일이 폭주해 인
터넷에 심한 소통 장애가 일어난다.특히 `1
천 달러벌이' 이메일은 전달 단계마다 전달
자들의  이메일 주소가 덧붙어 파일 크기가
눈덩이처럼 커진다.전달자들의 이메일 주소
를 보면,이 편지가 코넬대학교를 한바탕 휩
쓸고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이 편지들이 바이러스를 품고 있지 않더
라도 그 자체로서 바이러스 못지 않은 해독
을 끼친다. 선량한 사람들을 바보들의 행진
에 내모는 이 고약한 편지들의 최초 발신자
에게 놀아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메일을 읽을 때 전달 편지([Fwd:]라고 
찍혀  오는 것)는 우선 장난이 아닌가 주의
해서 살피는 수밖에 없겠다.

박강문<서울신문 과학정보부장>
서울신문사 발행 시사주간지 뉴스피플(1997.12.25)게재

정보화사회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