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트렉'과 클링,클링곤
'클링'(Kling)이라는 먼 별나라가 있다. '클링곤'은 이 나라
주민, 이 나라 말을 뜻한다.클링이나 클링곤은 실재하지 않는다.
영화 '스타 트렉'(Star Trek)에 나온다.
허구의 존재가 실재가 되는 일이 이 세상에는 있다. 셜록 홈즈는
코넌 도일이 쓴 추리소설들 속의 사립탐정이지만, 런던에 가면
셜록 홈즈 사무실이 있어 홈즈에게 편지를 쓰면 답장도 온다.
벨기에 추리소설가 조르주 시므농이 만든 인물 매그레 경감의
집무실은 파리에 가면 볼 수 있다. 이 인물들은 소설 속에서
현실의 세계로 걸어 나왔다.
공상과학영화 '스타 트렉' 시리즈는 미국에서 인기가 높아서,
이 영화에서 외계인들이 쓰는 클링곤이라는 언어를 배우고 이
언어로 끼리끼리 소통하는 괴짜들이 생겼다. 이 사람들은 가상
공간인 인터넷 월드와이드웹에 클링곤 페이지도 만들었다.
여기서는 클링곤의 언어,계급,결혼 풍속,종교까지 알려 준다.
클링곤이라는 언어는 영화 밖에서도 쓰이게 되었다.
클링곤은 별나라 사람,외계인의 언어이므로 지구의 언어와
아주 달라야 한다. 언어학자 마크 오크랜드 박사가 '스타 트렉'
영화를 위해 지구의 어느 언어와도 닮지 않은 이 언어를 만들
었다. 글자들의 생김새도 매우 특이하다. 편의상 이 글자를
로마글자로 바꿔 쓸 수는 있으나, 발음이 괴상한 것이 많아
어려움이 있다.클 링곤의 어떤 글자는 로마글자 두엇을 함께
써서 옮길 수밖에 없다. tlh로 옮겨지는 글자의 발음은 혀를
t소리 낼 때의 위치에 두고 이 사이로 l소리를 속삭이듯 밀어
내면서 해야 한다고 설명돼 있다.
'스타 트렉' 흥행 4반세기 역사는 독특한 클링곤 문화를 형성
했다. 클링곤으로 쓰고 말하기는 이제 괴짜들의 취미로 자리잡았다.
클링곤 사전이 나와 있고 테이프가 딸린 클링곤 학습서와 회화책이
팔린다. 동호인과 교신할 때, 클링곤 말로 자신의 딴이름을 만들어
쓰고 있는 이들도 있다.
1992년 창립된 클링곤 언어학회가 미국에 있고 현재 30여 개
나라서 1천여명이 회원으로 있다. 클링곤 언어학회는 해마다
7월에 qep'a'loSDIch라는 정기총회를 연다. 올해(97년)가 네
번째인데 펜실베이니아의 작은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학회는
클링곤 언어가 변질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함부로 새 낱말을
보태거나 문법을 고치는 것을 금한다.
학회는 계간 학술지 HolQed를 낸다.클링곤의 언어와 문화에
관한 글과 회원들의 토론이 실린다.이 잡지는 미국 의회 도서관에
당당히 등록돼 있다.
클링곤에 관한 사항들을 정리한 백과사전도 있다.시리즈 영화가
새로 나오면 내용이 추가되거나 수정된다.클링곤들의 실질적인
최고 통치기관은 고등평의회다. 황제가 있지만 실권이 없는데
이마저 최근에는 축출되었다. 이들이 살고 있는 별은 1년이
344.1 4일이고 하루는 28시간이고 한 주일은 5일이다.이 별은
물이 부족하다.이 때문에 주민은 육식성이며 성격이 사납다.
클링곤들의 몸은 지구인과 비슷하지만 얼굴은 개인차가 심하다.
클링이나 클링곤은 지구인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지,클링곤들은
자신을 tlhIngan이라 부른다. QI'DaS tuQ SoSIL은 '네 어머니는
군화를 신었다'는 말이며 클링곤 세계에서는 욕설이라고 한다.
배우지 않고는 도무지 알 수 없다.어린 아이가 장난으로 타자한
것처럼 의미없는 글자의 배열로 보일 뿐인데 아는 이들끼리는
이런 말로 대화한다.lojmIt yIpoSmoH!(문을 여시오)/
HIghoS.(이 리 오시오)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도 많고 별난 사람도 많다. 인터넷
월드와이드웹이나 뉴스그룹을 들어가 휘젓고 돌아다니노라면
꿈 속에서 사는 듯한 괴짜 인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영화
'스타 트렉'에 심취해 배우기 쉽지 않은 클링곤 말을 열심히
공부하는 일은 괴짜가 아니고서야 할 수 없다.
혹시 클링곤에 관심있는 이는 클링곤 언어학회(Klingon
Language Institute)의 홈페이지 http://www.kli.org를
찾아가 보면 될 것이다.
박강문 <서울신문 과학정보부장>
서울신문사 발행 시사주간지뉴스피플(1997.3.13)
'정보화사회 칼럼'
정보화 사회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