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교장의 소원


  경북 영천의 고경초등학교 이종해 교장선생님은 정년이 3년  남았다 하니 
62세다.천리안 글배달 동호회의 열성적인 회원으로서 자주 글을 올리고 있다.
이분이 젊은이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던 것은 필명이 ‘꿀매기’였기 때문
이다.‘꿀매기’가 무슨 뜻인가 궁금해 하면서도 젊은이의 장난기어린 별명
이거니 생각했다.

  ‘꿀매기’는 ‘꿀꿀이’와 ‘갈매기’를 합친 말이라고 한다.‘꿀꿀이’
는 돼지띠 모임 회원이라서 얻은 별명이다.그리고 그가 어떤 초등학교 교장
으로 있을 때 그 학교 교지를 처음 만들면서 제호를 ‘갈매기’라 했는데 이
 교지가 도내의 명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서 초등학교 교장들 모임에서 
이종해 교장 별명이 ‘갈매기’가 되었다.이 교장은 컴퓨터통신을 시작하면
서 ‘꿀매기’를 한글 아이디로 삼았다.

  그는 5년 전인 1993년 봄 혼자 책을 보면서 컴퓨터를 공부했다.그때 그는 
교감이었다.교사들을 위한 컴퓨터 연수가 있었지만 교감은 연수 대상이 아니
어서 혼자 공부할 수밖에 없
었다고 한다.혼자 도스를 공부하고 한글 워드프로세서 쓰는 법을 익혔다.95
년 1월 천리안에 jh351110이란 아이디로 가입했다.환갑이 되는 해에 컴퓨터
통신을 시작한 것이다.

  그즈음 초등학교에서도 인터넷을 가르치자는 운동이 시작되었는데 ‘교육
자가 국내 컴퓨터통신조차 못해서야 되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
다.그는 컴퓨터통신을 하면서 의문나는 것이 있으면 자꾸 물어서 실력을 쌓
아 갔다.경북 도내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들에게 컴퓨터에 대한 강의를 할 정
도가 됐다.

  97년 한해 동안은 영천 호당초등학교 교장으로 있으면서 무료 컴퓨터통신
업체인 kitel을 이용해 전교생이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전교생이 17명.학생
 수가 적은 것이 컴퓨터 지도에는 유리했다.이 미니학교는 이제 폐교됐지만,
이 학교 학생들이 활동했던 흔적을 지금도 kitel에 들어가면 볼 수 있다.

  학생들에게 타자연습을 하도록 장려하고 100타상,150타상,200타상을 주었
더니 500타상까지 타는 학생도 나왔다.이 교장은 또 학생들에게 컴퓨터 게시
판에 글을 쓰도록 했다.학생들의 글짓기 실력이 날로 향상됐다.논설문 쓰기 
경연대회 금상 수상자가 이 학교에서 나왔다.

  이 교장이 영천 고경초등학교에 온 것은 올해(98년) 3월이다.이 학교에는 
컴퓨터실이 있긴 하지만 하드디스크가 없는 386컴퓨터들로 교실망이 되어 있
었다.이 컴퓨터들에 40메가에서 90메가까지의 하드디스크를 20개 구해 넣었
다.요즘은 하드디스크 용량이 모두 기가 단위라 386에 맞는 작은 용량의 하
드디스크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교사용 펜티엄에는 모뎀을 달아 인터넷에 접
속할 수 있게 했다.학교 홈페이지를 만들려고 스캐너도 구입했다.

  교사용 컴퓨터에 연결된 일반 전화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학생들에게 가
르치려니 어려움이 많았다.고속 전용망을 이용하려고 하니 설치 비용이 엄청
났다.이 교장은 교육청에 가서 도움을 청했다.교육청은 소요경비의 20% 정도
는 도와 줄 수 있겠다고 했다.나머지 80%를 마련하려고 이 교장은 애쓰고 있
다.

  이분께 그 80%의 금액이 얼마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생각보다 거금이다.3천
만원에서 4천8백만원 사이라고 하는데 요즘 같은 어려운 시절에는 엄청난 금
액이다.한편으로는 이분이 세상 어려운 줄을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이 들지만 그 열성이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이분의 소원이 이루어졌
으면 좋겠다.

  마치 전국 초등학교 인터넷 교육을 떠맡을 듯 한참 기세를 올리던 기업들
조차 코가 석자나 빠져 침묵하고 있는 것이 요즘 사정이다.이 교장도 이런 
데 알아 보지 않은 것은 아니며 반응이 어떻다는 것도 알고 있다.그러면서도
 이 교장은 “내 마지막 교장직을 이 학교에서 수행하는데 이 일은 꼭 이룬 
뒤 떠나고 싶다”고 한다.

  직장에 전용선이 들어와 상시 웹 브라우저를 띄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
에 있으면서도 전자우편 한번 이용하거나 자료를 검색해 보려고도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서 노교장의 노력에 머리 숙이지 않을 수 없
다.

  ‘꿀매기’ 이종해 교장의 전자우편 주소는 jh351110@chollian.net,전화번
호는 (0563)35-0337이다.

박강문 [서울신문 과학정보부장]
뉴스피플 1998.4.30
정보화사회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