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공짜다?     

  
  서울신문은  파리에서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내 신문이다.
주로  파리  시내 한국 음식점에서 파는데 하루치 10프랑(1천5백
원),이틀치는  25프랑이었다.서울에서  비행기로 실어온 신문 한
부를 커피 한 잔도 안 되는 값으로 볼 수 있으니 비싸다고 할 수
는 없다.

  잘 팔리느냐고 주인에게 물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문은  공짜로 보는 걸로 알아요.손님이
집을 때 그거 유료라고 하면 도로 내려놓아요"
  그리고는  또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여기 여행 다녀가는 손
님  중에  주식값이 그동안 얼마나 올랐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아요.여행 다닐 형편이면 주식을 사도 수천만원이나 수억원 어
치는  샀겠지요.그런 사람이 10 프랑이 아까워 신문을 안 봅니다
"

  벌써  3년 전 이야기라 사정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어쨌든
그때 주인의 말인즉,정보는 공짜가 아니며 돈 주고 사야 하는 것
인데,이것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
이었다.전적으로 동감이었다.

  이야기 또 하나.
  한국을  잘 알고 한국말도 잘 하는 일본의 출판사 사장이 부산
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타면서 한국 신문을 한 부 샀다.다 보고
나서 앞 좌석 등받이에 꽂았다.곧 옆 자리의 승객이 "신문 좀 봐
도 좋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는  단호히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자신이 쓴 수필에서 밝혔
다.
  "이것은  제가 돈 주고 산 것입니다.신문은 돈 들여 만듭니다.
돈 안 내고 본다면 신문 만드는 사람들은 무얼 먹고 삽니까?"
  한국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습관처럼 신문을 빌려 보려고 하더
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공짜로 정보를 얻으려는 생각은 정보산
업 발전에 이롭지 않다고도 했다.

  자신이  책을  만들어 파는 출판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이웃  직종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아 걱정한 듯하다.신문사에서
일하는 나로서는 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파리의 식당 주인이나 일본 출판업자
나 신문기자인 나나 다 함께 정보 제공자 쭉이다.당연히 `정보는
돈'이라고  여긴다.처지를  바꾸어 정보 구득자 쭉이라면 생각이
같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컴퓨터 통신망에 접속해 들어갔을 때는 정보 구득자 처지
가  된다.이때 나는 어떤 행동을 보이는가.`이 정보는 유료로 제
공됩니다'`이 정보는 1분에 60원입니다' 따위의 경고문을 만나면
꽤 망설인다.포기하는 경우도 많다.파리 식당에서 신문을 집었다
가 내려놓은 사람과 다를 것도 없다.

  공짜 좋아하는 것이야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나 마찬가지다.미
국에는  전자게시판시스템이 수도 없이 많은데 처음 개설할 때는
2년쯤 무료로 이용하게 한다.그동안 시스템을 보완하면서 손님도
끌 수 있다.컴퓨터 통신을 즐기는 이들은 무료 기간을 최대한 활
용한다.우리나라에서도 대개 이런 무료 기간을 거쳐 유료로 돌려
졌다.

  서울  거리에 나가면, 무료로 주는 이른바 지역 정보지들 몇가
지가  사이좋게 꽂혀 있는 것을 보게 된다.이웃들 이야기로는 셋
집을  구할 때나 헌 가전제품을 처분할 때 이용하면 생각보다 효
과가 있다는 것이다.무료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집어들어 보기
때문이다.이  매체들은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한테는 무료지만,
정보를 베풀려는 사람들한테서는 게재료를 받는다.

  인터넷 같은 데서도 유료 사이트는 도색 서비스 정도를 빼고는
별로  인기가  없어 장사가 신통치 않다고 한다.유료화를 앞두고
있는 곳들이 고민하고 있다.과감히 무료화해서 광고 수입으로 벌
충하려는 곳도 있다. 

  이제는  정보 제공자라도 정보를 공짜로 줄 수 없다고 다 막무
가내로 우기지는 않는다.광고를 어떻게 구하느냐가 문제인 것 같
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무료로 좋은 정보를 준다는 평판
이 나면 손님이 몰려오게 마련이고,광고주들은 이런 데를 귀신같
이 알아내 광고를 실으려 한다는 것이다.

  `정보는  공짜'라는 말은 역설처럼 들리지만,이제 어느 정도는
진실인 셈이다.

  박강문<서울신문 과학정보부장>
  뉴스피플 1996.6.6

정보화 사회 칼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