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컴퓨터 게임을 시작하면 내게 좀체로 자리 내 줄 생각을 하지 않
는다.집에 컴퓨터가 한 대 뿐일 때는 이 때문에 싸우기도 했다.나는 더 심
하다.밤 새는 줄 모르고 앉아 있기 일쑤라 가끔 핀잔을 받는다.요즘 퇴근해
서 보면,대학생인 딸이 게임 삼매중일 때가 많다.생각보다 여성들이 컴퓨터
게임을 좋아한다.놀이 좋아하는 것은 남녀노소가 다르지 않은 것 같다.얼
마 전 신문에서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칠순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었다.
치매 예방에도 좋을 듯해서,쓰지 않게된 286 컴퓨터를 간호사인 딸이 어머니
께 드렸다고 한다.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은 무궁무진한 수요가 예상되는 분야다.
우리가 앞으로 도전해 볼 만한 것이 이 게임이다.아직 우리나라 컴퓨터 시
장에서는 한 게임이 2만5천개나 3만개 정도 팔리면 대성공인 형편이다.앞으
로 컴퓨터 대수는 계속 늘어 날 것이고,그에 따라 게임 인구도 많아질 것이
다.일부 야심찬 게임 업체들이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눈을 국내에만 두지
말고 세계로 돌리면 커다란 새 광맥을 얻을 수 있다.
컴퓨터 게임의 소재는 다양하다.쏘고 깨부수는 초기의 단순한 아케이드
게임에서 복잡한 어드벤처 게임 따위로 발전해 가면서,게임은 이야기를 지
니게되었다.중세의 기사담이라든가 이집트나 아스테카의 전설에서 줄거리를
빌려 오기도 하고,미래공상소설들을 게임으로 만들기도 한다.국내 게임꾼
20만명을 사랑을 받고 있다는 `단군의 땅'은 우리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본 게임 `전국시대' 같은 것이 한때 미국에서 인기를 끈 것을 보면,우
리 전설이나 역사를 바탕으로 한 게임들이 세계로 진출하지 못할 이유가 없
다.이국적인 그래픽 배경과 흥미로운 등장인물,속도감 있는 장면 전환을 게
임꾼들은 좋아한다.최근에 미국의 1.5세 교포 청년들이 게임 `임꺽정'을 만
들었다고 하는데 좋은 발상이다.이런 게임들이 외국에 보급되면 우리 역사
와 문화를 알리는 데에도 큰 몫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 컴퓨터 산업은 취약하다.컴퓨터를 만들어 수출까지 하고 있지만
핵심 부품인 중앙연산처리 칩은 전량 수입해서 쓰는 처지다.소프트웨어 쪽
인 프로그램 제작은 더 약하다.일상적으로 쓰는 프로그램에 '아래아 한글'
이나 '이야기'라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미국에서 만든 운영체제가 천
하를 휩쓰는 판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너무 허약하다.
사무용 프로그램들은 미국 회사들이 훌륭하게 만들어 세계 시장을 지배하
고 있는 것들이 많다.우리가 도전한다 해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그러나
게임 분야는 얼마든지 도전해 볼 만하다.게임은 산뜻한 아이디어와 깔끔한
화면 꾸미기가 주무기다.게임을 잘 만들어 히트하면,컴퓨터 수만 대 만들어
파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섬세한 손질이 많이 가야 한다.게임기 시장에
서 일본이 강세인 것은 일본인의 꼼꼼한 성격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손재
주 좋기로야 우리나라 사람도 남에게 지지 않는다.근래 컴퓨터 분야에 여성
이 많이 진출하고 특히 게임 제작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어 이들의 노력이
곧 화려한 열매를 맺을 것으로 기대된다.남성보다는 꼼꼼한 여성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게임 제작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의 본성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아
주 먼 옛날 사람들도 놀이를 즐겼음이 유적 발굴로 밝혀졌다.출감자 수기를
보면,감옥과 같은 곳에서마저 어김없이 발휘돼,죄수들이 밥알을 뭉쳐 윷이
며 장기짝이며를 만들어 논다고 한다.30년전쯤 육군보병학교에서 본 풍경인
데 교육받으러 온 영관급 장교들이 휴식시간에 강의실 밖 양지쪽으로 나와
다음 강의를 기다리는 동안 동전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이 컴퓨터 시
대에 컴퓨터와 놀이의 결합은 필연이다.컴퓨터 게임 만들어 세계를 휘젓자.
'게임 입국(立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