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영어의 영광
쥘 베른이 일찍이 `해저 2만리'나 `1백년후의 파리'에서 묘사
한 미래 세계의 모습은 오늘날 거의 모두 현실이 되었다.40년전
에 프레드릭 브라운이라는 소설가의 작품 `응답'에서는 세계의
모든 컴퓨터가 연결된다.그때로서는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이
공상 또한 오늘날 현실로 나타났다.바로 인터넷이다.
컴퓨터와 컴퓨터로 연결되는 세계, 인터넷에 들어가보면 정말
`정보의 바다'를 실감하게 된다.세상의 벼라별 정보의 물줄기가
모여 바다를 이루고 있다.이 바다는 넓고 넓어서 우리는 항해자
가 되어야 한다.와일리 출판사에서 낸 두툼한 안내서 The Intern
et Navigator나 인터넷 가운데 월드와이드웹을 들여다 보는 소프
트웨어로서 가장 널리 쓰이는 Netscape Navigator에서 보듯 항해
자(Navigator)라는 말이 예사로 쓰인다.
`정보의 바다'는 이제 우주 폭발처럼 무한대를 향해 계속 확장
되고 있다.인터넷 주소들을 모은 95년도 Internet Yellow Pages
는 서울시내 상호편 전화번호책보다 훨씬 두껍지만,이 책의 엮은
이가 머리말에서 하는 말은,`이 책이 나올 때면 수록되지 못한
주소들이 엄청나게 많을 거다' 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정
보 제공처,새로운 주소가 생긴다.인터넷 사용자는 1992년 5백만
명에서 올해 9천만명을 넘어섰다.
인터넷 서비스 가운데서도 월드와이드웹(줄여서 웹)은 아주 특
별하다.문자 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영상과 소리까지 전달하는 멀
티미디어이기 때문이다.웹에 대해서 컴퓨터 칼럼니스트 존 드보
락은 `20세기의 마지막 위대한 미디어' 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는 웹의 출현을 구텐베르크의 활자 발명(우리 한국인은 이 대
목만 나오면 속이 쓰리다)에 견줄 만한 대변혁으로 친다.
웹의 인기는 대단하다.한손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이리저리 내
키는 데로 쉽게 항해할 수 있고 정보가 쌓인 항구도 많다.전체
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절반은 웹 사용자다.
그런데,웹에 대한 열광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심한 것 같다.웹
이 인터넷의 전부인 것처럼 오도돼 있기도 하다.그럴 만한 이유
가 있다.언어 문제다.인터넷은 탄생지가 미국이고 관리자가 또한
미국이며 정보 제공처의 3분의2 이상이 미국이다.인터넷의 언어
는 영어다. 우리에게는 외국문자만으로 된 문서를 보는 것보다는
그림이나 사진이 곁들여 있는 것이 보기 편한 것이다.
영어의 영광.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림해온 영어의 영광이 인
터넷을 통해 이어지게 되었다.에스페란티스토들을 낙망케 한 영
어는 또 한동안 세계의 지배언어로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게 될
것이다.인터넷을 통한 영어의 지배력 확대와 미국 문화의 전파는
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덮어버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국민학교 때부터 인터넷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
는 사람들이 있다.정말 그럴까.
나는 국민학교 때 교과서를 통해 워싱턴과 링컨이 훌륭한 분
이라고 배웠다. 왜 미국 위인들에 대해 어린 한국 아이가 배워야
했는지, 무엇 때문에 그때 어른들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알 수 없다.좌우간 그런 교육 덕분에 오랜 동안 내게 미국은 항
상 위대하고 정당했다. 워싱턴이나 링컨은 우리 위인들을 배우고
난 뒤 배워야 했다.인터넷도 나중에 배우면 된다.
우리는 인터넷을 재외국민의 결속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프
랑스는 세계의 프랑스어 사용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FROGNET을
인터넷 안에 만들었다.해외 중국인들도 자기네끼리 소식을 주고
받는 여러 통로를 마련했다.우리가 평소 접하기 어려운 리투아니
아나 잠비아 같은 나라들의 소식도 인터넷을 통해 알 수 있다.이
런 면에서 본다면,인터넷은 여러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 꽃을 피
우는 정원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만약 조지 오웰의 `1984년'에서처럼 빅 브러더가 앞으
로 나타난다면,그는 영어를 쓸 것이고 웹을 통해 모습을 보일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강문 <서울신문 과학정보부장>
뉴스피플 1996.7.25
정보화 사회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