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보 바치고 올가미 쓰기

  집에 광고우편물이 짜증날 정도로 많이 온다.내 이름 앞으로보다  
아내 이름 앞으로 훨씬 더 많이  온다. 아내가 나보다 유명할 리가 
없는데 참  이상하다. 콘도나 오피스텔 분양 광고, 우편판매업체의 
카탈로그,신형 자동차 소개 팜플렛 따위가 몰려든다. 
 
  이 사태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우리 부부는 자동차판매회사와 
자동차보험회사를 의심한다.차를 살 때 아내 이름으로 했던 것이다.
자동차 장수는 자기네 물건을 팔았으면 고객을 보호해야지,어디다가 
정보를 팔고는 고객을 귀찮게 하는 걸까.아니면,보험회사가 그랬을
까. 느느니 쓰레기다.
 
 직장에는 생활설계사라고  이르는 보험 모집자나, 신용카드 가입을 
권유하는 이들이 가끔 와서 조른다. 가입하지 않아도 좋으니 이름이
며 주소며 생년월일 따위를 적어 달라고 애원하기도 한다.적어 주었
다가는 나중에 광고우편물 사태를 겪게 될지도 몰라 거절한다. 

  공짜라고  선전하거나,큰 상품을 내걸고 퀴즈를 내는 것은, 수많은 
사람의 개인 정보를 큰 그물로 한꺼번에 건져 올리겠다는 속셈일 수 
있다.가령,무료 인터넷 접속 서비스나 무료 이메일 서비스 하는 업체
에 가입 신청하려고 해 보면, 꼬치꼬치 물어 보는 것이 왜 그리 많은
지 화가 날 정도인 곳이 있다.

  이렇게들  개인 정보를 얻으려고 눈이 발개져 있는 세상이다. 개인
정보는 곧 돈이다. 개인정보를 모아 파는 곳도 있고,가정에 우편으로  
광고 뿌리는 일만 하는 회사도 있다. 내 개인정보를 내가 지키지 않으
면 나만 곰이 된다.
  
  그런데,모르는  새에  내 정보를 도둑맞기도 하지만, 스스로 바치는 
어리석은 짓도 가끔 저지른다.가벼운 마음으로 주소를 남기지는 말 일
이다.주소를 적으라면 긴장하여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
까지 밝히라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사절할 일이다.
 
  돈을 받아가야 할 처지라면 개인 정보를 확보해 두어야  할 테지만,
돈도 받지 않겠다면서 뭘 잔뜩 적으라 할 때는 꿍꿍이속이 있다고 봐
야 한다. 공짜라는 것을 내걸고 내 정보를 훑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료로 이메일 서비스하는 국내 웹 사이트 몇 군데를 들어가 보았더
니,아니나 다를까,그 가운데는 내 정보를 노려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
는 곳들이 있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내가 혜택을 보는 대신 
웬만한 정보는 주어야 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받아 들여야 한다.그러
니까, 주소를 물으면 구나 동까지만 쓰면 되고,온전하게 다 쓰라면 그
냥 나오는 것이 좋다.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본인 여부를 확인할 자료를 확보해야 할 필요
가 있기 때문에,미국 같은 데서는 출생지, 어머니의 처녀 때 성씨 같은 
것을 물어 둔다. 이렇게,고객을 불안하게 하지 않으면서 개인을 식별할 
만한 물음을 개발해야 한다.
 
  또, 쿠키를 박는 것도 좀 더 세련되었으면 좋겠다. 쿠키라는 것은 달
콤한 과자가 아니다. 서비스하는 쪽에서 내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에 써
넣는 한 줄도  안되는 짤막한 문서다.
  
  이걸 박아 놓으면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 어디를 거쳐 가는지,어느 사
이트를 얼마나 자주 들르는지 그쪽에서 훤히 알  수 있다고 한다. 매에 
단 방울과 시치미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지...  내키지  않으면,쿠키를 
박으려 할 때마다 경고 문구가 나오도록 웹 브라우저에 미리 설정해 두
고 거부할 수는 있으나,이럴 경우 어떤 곳은 매몰차게 문을 닫아걸어 버
린다.
 
  쿠키는  저쪽의  충실한 보고자겠지만 내 눈에는 뜰 안에 숨은 밀고자
로 보인다.나는 거부하고 몇번 써 본 뒤  계속 사용할 생각이 있으면 허
용한다.국내 어떤 검색서비스 사이트는 퍽 훌륭하긴 한데,그악스럽게 쿠
키를 박으려 하는 것이 흠이다.기분 나빠 이용하지 않는다.
 
  도둑 맞은 정보 때문에  귀찮은 일을 겪는  우리집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심증만 있지 확증은 없다. 다음에 차 살 때는 판매회사나 대리
점,보험회사를 바꾸어 볼 생각이다. 봉잡힐  기회를 줄이는 길은 내 개인
정보를 허투루 흘리지 않는 것이며 바보처럼 스스로 바치지 않는 것이다.

박강문<서울신문과학 정보부장
서울신문사 발행 시사주간지 뉴스피플(1997.11.17) '정보화사회 칼럼'
박강문 정보화사회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