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에 대한 유럽인의 비평

김우중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1998년초 에스페란토로 번역됐다 (역자 최태석. 에스페란토판 표제 Vastas la mondo, multas laboro). 우리 나라 저명인의 자서전이 에스페란토로 번역된 것은 처음이었다. 다음은 이를 보고 네델란드의 에스페란티스토 Kees Luig 씨가 세계에스페란토협회 기관지 ESPERANTO 1999년 4월호(77쪽)에 쓴 서평이다. 비판은 혹독하다. 번역 기술에 대해서가 아니라 내용에 대해서다. 장문의 비평은 한국의 에스페란토 번역서에 대한 보기 드문 반응이라 눈길을 끈다. 김우중 자서전이 여러 외국어로 번역됐지만, 외국인의 비평으로는 이것이 유일한 것일 듯하다. -- 박강문 * * *

일벌레의 충고 (Konsiloj de labormaniulo)

Vastas la mondo, multas laboro(1989). Kim Woo-Choong(1936). Tarad. Choe Taesok. Seoulo: Shin Cheon Ji, 1998. 219p. 22cm. 8.15 Euroj 경제나 상업을 주제로 하여 에스페란토로 쓴 책은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대우그룹의 창립자며 회장인 김우중씨의 저서 에스페란토 번역본을 보고 반가워했다. 그러나 내용은 좀 당혹스러웠다. 저자인 김씨는 자신의 철학, 생활방식, 업무방식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삼위일체가 그의 회사를 성장시키고 성공시켰다. 그러나 씨앗은 비옥한 땅에서만 자랄 수 있으며, 좋은 비료가 그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전쟁 뒤 한국의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결핍된 만큼 모든 산업과 상역 분야의 창업이 환영받았다. 정부는 창업에 호의적인 조건을 조성하여 기업활동에 많은 편의를 제공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우의 성공이 창립자의 능력으로만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는 외부의 호의적인 조건에 힘입은 바 크다. 그는 그 조건들을 잘 활용했다. 이것이 바로 그의 능력이자 장점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 책이 실은 대략 10년 전에 씌어진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 때 한국 경제는 정점에 다다랐다. 이제 상황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대기업을 더는 감싸주지 않는다. 그러나 김우중씨는 잘 알려져 있듯이 열정적이며 광적일 뿐만 아니라 공격적이고 능란한 방식으로 여전히 대우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 책을 잘 이해하려면,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과 환경을 좀 알아야 한다. 덧붙여 말하면, 자동차 '씨에로'(에스페란토로 '하늘')와 에스페로(에스페란토로 '희망')의 생산자인 그는 에스페란토세계에서 어느 정도 특별한 관심을 끄는 미덕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전세계에 퍼진 씨에로와 에스페로 자동차는 에스페란티스토 숫자보다 아마 더 많을 것이다. 저자의 철학과 경륜이 보편적으로 따를 만한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예를 들면, 제3장은 벨기에의 망해가던 정유공장을 인수한 것에 대해 쓰고 있는데, 적자 기업을 그가 어떻게 성공적 기업으로 바꾸었나 하는 본보기를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이야기는 노트르담 사원이 안트워프에 있다고 증명하려는 것만큼이나 부적절하다. 김씨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안트워프의 유니버설 정유공장을 1986년에 사들였다. 그 이유는 오로지 리비아 건설사업의 대가로 받은 원유를 싼 비용으로 정제하겠다는 것이었다. 대가로 받은 원유를 정제한 뒤에는 유니버설 공장을 되팔아 버렸다. 벨기에의 대우사람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한 덕분에 새로운 정신을 일으켜서 증명된 김씨의 경영철학이 이 때문에 달리 보이게 되었다. 최근에 나는 경제시찰단의 일원으로서 루마니아를 방문했다. 나는, 다치아-프조 자동차 공장(현재 씨에로를 생산하고 있음)을 사들이는 조건으로 대우가 한국산 씨에로 1만 대를 무관세 수입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씨에로를 판 이익금은 루마니아 자동차 공장을 사들이는 데에 쓰였다. 그러니까 루마니아 사람들은 한국의 투자에 스스로 값을 치른 것이다. 대우는 루마니아 사람들을 한국에 연수하러 보내기로 결정했으나 실은 그들을 한국 자동차공장에서 싼 노동력으로 썼다. 한국인과 루마니아인 사이의 불화로 파업과 분규가 발생했다. 이것을 나는 '세계는 넓고...'에서 읽지 못했다. 배경 정보를 좀 알기에, 나는 제25장을 좀 달리 읽는다. 한국이 곧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구실을 맡게 된다고 그는 예진했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한국어를 배우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저자가 한국 생산품이 끝마무리가 아직도 잘 안돼 있다고 지적한 것은 맞는 말이다. 전문가 양성을 역설한 것도 옳다. 창의성이 기업활동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그의 말은 옳다. 사실 복제품과 라이선스 제품 생산이 번창하고 새 기술이 없는 그 자신의 나라에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 한국이 성취한 것은 찬양할 만하지만 세계의 중심이 되겠는가? 나는 감히 모순의 예를, 슬기롭게 말한 부분과 어리석게 말한 부분에서 번갈아 따올 수 있지만, 저자가 너무 단순화하거나 너무 일반화한 다양한 주제들을 입증하는 데에 국한하겠다. 그가 논증 없이 그럴싸하게 써 놓은 것들이 흔하다. 양심, 도덕, 정신적 부, 교제, 유연성, 그리고 '나' '나' '나'가 너무 많이 나온다. 결론: 이 책은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내부적 조건만을 제시하고 외부적 요소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이 책은 한국에서 셋째로 큰 기업체의 회장이 쓴 개성적인 기록이다. 유감스럽게도, 좋은 주장과 충고가 우화, 작위성, 단순화, 기업적 맹목성, 일반화랑 뒤범벅돼 있다. 그러나 그는 우리에게 일러준다. "나는 일벌레다" Kees Ruig (네델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