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메일에서 해방되는 날을 위해
네티즌이라면 누구나 스팸메일(Spam-mail)을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고, 그 때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을 것이다. 상대방이 어떻게 나의 전자우편(e-mail)주소를 알고 메일을 보냈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제 네티즌수가 1천7백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전자우편주소는 1인당 2개만 잡아도 3천4백만개나 되는 셈이다. 한사람이 보통 2∼3개, 많은 경우는 10개 이상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어떤 조사결과를 감안한다면 실제 사이버공간에서 쓰이고 있는 전자우편주소는 5천만개도 훨씬 넘을 지도 모른다.

네티즌들은 이제 상대방과 직접 통화하는 것도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에 전자우편으로 의사를 주고받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처럼 전자우편이라는 것이 일상생활의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사회적 룰」이 없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빚는 것도 사실이다.

PC통신이 처음 나타났을 때 10대, 20대들이 채팅에 빠져들었듯이 지금은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이면 모두가 전자우편을 쓰고 있다. 그러나 전자우편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만 받아 봐야 할 터인데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쓰레기 같은 내용의 전자우편을 받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다. 그 중에는 유익한 것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쓸모 없는 것으로 시간만 낭비시키고 있어 일이 바쁜 사람한테는 여간 속상한 게 아니다.

사실 보내는 쪽이 누구인지 모르는 메일은 안보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대로 두어서는 용량을 소모하고 눈이 어지럽다. 그래서 지울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이 성가신 일이어서 이쪽을 짜증스럽게 만든다. 보지 않겠다는데 자꾸만 보내오니 누가 좋아하겠는가.

쓰레기같은 스팸메일을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자면 전자우편주소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광고 또는 비방성 E-메일을 말한다. 원래는 「잡동사니」라는 뜻으로 정크메일(Junk-mail)이라고 했으나 요즘은 스팸메일이라는 말을 주로 쓴다. 스팸은 원래 미국 호멜사의 군납용 고기통조림 상표명으로, 통조림처럼 대량으로 만들어져 살포된다고 해서 스팸메일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4월 16일부터 한달동안 한국정보보호센터를 통해 전자우편 서비스업체 22개와 전자우편 이용자 2천9백15명을 대상으로 스팸메일 수신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스팸메일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용자의 99.7%가 스팸메일을 받아 본 경험이 있으며, 개인의 경우 1주일에 평균 10통의 스팸메일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용자가 70만명 이상인 업체에서는 1주일에 평균 1백만통의 스팸메일을 받고 있는데 이처럼 엄청나게 밀려드는 스팸메일 때문에 64%의 업체가 시스템정지나 지연 등의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팸메일이 무차별적으로 배달된다는 것은 이를 받는 사람으로서는 읽거나 처리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시키는 것이므로 당연히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시민단체 등에서 스팸메일에 대한 법적인 제재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의회에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광고성 전자우편에 대해 법적으로 규제를 할 경우 미국 헌법의 상거래조항을 위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돼 이 문제가 만만찮은 모양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스팸메일에 대해 상당히 엄격하게 대처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이미 6월부터 각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지침을 뒷받침하기 위해 「개인정보침해사건 조사와 과태료 부과업무」등 처리규정을 공표했다.

규정에 따르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의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수집된 개인정보를 임의로 보유하게 될 경우 전기통신사업자는 5백만원, 기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3백만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했다. 특히 수신자가 거부했는데도 영리 목적의 전자우편을 보내거나 팩스 또는 전화로 광고를 하는 업체나 이용자는 최고 4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더욱이 이용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다른 사업자에게 넘기는 등의 형사처벌(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 행위가 발견되는 경우에는 경찰이나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분위기와 관련,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무료로 구한 e메일전송 프로그램과 제3자의 메일서버를 이용해 스팸메일을 보낸 정보제공업자 노모씨(39·H네트워크 대표)가 형법상 컴퓨터 등 업무방해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노씨는 사업홍보를 위해 다른 업체의 서버를 통해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32차례에 걸쳐 14만여명의 PC통신 가입자들에게 20여만통의 광고성 스팸메일을 보낸 것이 문제가 됐다.

이 같은 소식들은 스팸메일로 골치를 앓고 있는 모티즌(mobile+netizen)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 스팸메일에 대한 규제문제를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 것과는 달리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해나가는 우리나라 정부당국의 자세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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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net21@dreanwiz.com
200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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