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미래는 밝은가 어두운가

최근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를 보면 인터넷이용자들의 신문읽는 시간은 종전과 차이가 없으나 TV시청시간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기사를 접할 수 있는데도 신문을 외면하지 않는 반면 가정에 없어서는 될 미디어의 총아 TV가 관심권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지금 학자들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문의 미래를 두고 두가지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밝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어둡다고 반론을 편다. 앞으로 TV와 컴퓨터 가운데 어느 것이 안방차지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비슷하다.

신문은 TV가 등장하면서 한때 생존마저 위협을 받았지만 활자의 매력을 십분 살려가면서 나름대로 자구노력을 펴 온 끝에 TV와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하며 생존력을 지녀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와서는 인터넷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신문의 영역을 침범하자 이제야말로 신문은 멀지 않은 장래에 종언을 고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은 20세기 최대의 과학혁명으로 불리는 인터넷이 신문독자는 물론 광고주마저 앗아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든 것이 컴퓨터로 돌아가는 정보화사회에서 활자매체가 살아남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전자결재, 전자상거래, 전자우편, 전자화폐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이제는 일상생활이 점차 종이와 멀어지고 있는 판에 활자매체의 대명사라 할 신문이 무슨 재주로 오늘날과 같은 명성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는 TV보다 훨씬 불리한 위치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신문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는 사람중의 하나가 바로 뉴스 하나만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CNN의 창업자 테드 터너이다. 그는 지난 80년 미국 신문발행인협회 정기총회에서 "새로운 기능을 가진 첨단미디어의 출현으로 10년 안에 신문은 사멸할 것"이라고 주장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터너가 20년전에 말한 첨단미디어라는 게 인터넷을 지칭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신문업계에 엄청난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터너의 예견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지난 98년 말 미국 유타주 오렘에서 창간된 일간지 「오렘 데일리 저널」은 지난해 7월29일로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고 8월25일부터 인터넷신문만을 발행해 화제를 모았었다. 이 신문의 발행인 레버 올덤은 "신문의 미래가 인터넷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아마도 일간지가 인터넷에 두 손을 든 것은 「오렘 데일리 저널」이 처음인 듯 싶다.

CNN의 테드 터너가 그랬듯이 인텔의 앤디 그로브회장도 지난해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언론인 연례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쏟아 크나큰 충격을 주었다. 어쩌면 데드 터너의 발언보다 더 충격적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었다.

"여러분은 광고와 기사 양쪽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광고 쪽에서는 인터넷 경매기업이나 정보사이트들에 의해 도전을 받고 있으며, 기사 쪽에서는 온라인 뉴스서비스에 밀리고 있다. 이제 3년밖에 시간이 없다. 인터넷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거나, 아니면 망하는 수밖에 없다"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웹의 손아귀에 잡힌 신문」(Caught in the Web)이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활자매체, 특히 신문과 잡지의 미래가 매우 어둡다고 전망하고 인터넷의 도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이 인터넷으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밖에 안된다. 지난 95년을 전후해서 인터넷이 대중화의 길로 들어서자 신문업계에서는 이를 새롭고 값싼 유통채널정도로만 여겼을 뿐이다. 그래서 신문사마다 홈페이지를 열기 시작했는데 미국의 경우 현재 3천6백여개 신문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 놓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이란 신문에 도움되는 매개체인 줄로 알았던 것이 얼마 전부터 사정이 급변해 이제는 독립된 미디어로 변신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광고시장마저 잠식하는 바람에 신문에 큰 타격을 주게 된 것이다. 더구나 구인·구직광고, 경매광고, 부동산광고, 자동차판매광고 등 분류광고분야는 심각할 정도이다.

신문의 미래는 인터넷이라는 「괴물」 때문에 생존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신문은 살아남을 것으로 내다보는 견해가 더 많다. 오히려 인터넷의 출현으로 신문산업의 미래가 오히려 밝아졌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인터넷산업이 발전하면서 그와 관련한 신문광고가 크게 늘어나 요즘에는 인터넷이 신문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여서 이 같은 주장이 과장된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지난해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AMJ)는 "신문산업의 미래가 밝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른 미디어의 도전을 받을 때마다 엄청난 자구노력으로 버텨온 신문들이 인터넷의 도전이라 해서 물러설 리가 없으며 많은 신문사들이 인터넷의 도전에 응전으로 과감히 맞서고 있음을 근거로 들고 있다.

미국의 여러 신문사들이 최근 몇 년간 「최대의 적」인 인터넷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몇개 신문사들은 컨소시엄으로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취업관련 사이트인 「Career-Path.com」을 운영하고 있는데 신문사가 갖고 있는 엄청난 자료 때문에 다른 웹사이트를 압도하고 있다.

신문의 미래는 섣불리 예측하기가 힘들다. 속보성을 따진다면 당연히 인터넷에 뒤떨어지고 현장성을 따질 때는 TV에 밀리는 것이 신문이다. 하지만 정확한 분석과 세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신뢰도 높은 기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신문이 인터넷이나 TV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신문의 앞날은 인터넷이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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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2000년 03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