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보화 수준, 아직도 멀었다

산업사회에서는 산업화수준이 한 나라의 선진정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었지만 정보화사회에서는 당연히 「정보화수준」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우리 모두가 나라의 정보화수준을 높이는데 힘써야 함은 물론이다.

한국전산원이 지난 11일 발간한 「2000 국가정보화백서」는 우리나라의 정보화가 선진국 수준에 오르려면 아직도 멀었음을 말해주고 있어 안타깝다. 이 백서에 따르면 지난 98년말 기준으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50개국의 국가정보화 종합지수를 산출한 결과 세계 22위로 아시아에서 싱가포르(6위), 일본(12위), 홍콩(13위), 대만(20위) 등에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정보화 종합지수는 95년 국내 정보화수준을 100으로 잡아 각국의 컴퓨터, 인터넷, 통신, 방송 등 4대 부문의 수준을 종합평가한 수치로 국가별 종보화 진척도를 나타내는데 1위는 미국이고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국가들이 2∼5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가 IMF관리체제에도 불구하고 전년도보다 한단계 상승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하겠다. 만약 99년 말을 기준으로 평가했다면 순위는 20위안에 들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산업화를 외면한 나머지 19세기와 20세기 후반기가 다 되도록까지 후진국의 멍에를 벗지 못한 뼈저린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정보화사회에서는 후진국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국가정보화에 온힘을 쏟아왔다.

이만큼의 수준에 이른 것도 국가정보화의 절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정보화수준은 선진국과는 거리가 먼 중위권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 이만큼 왔으니 좀 쉬자"는 생각을 버리고 오히려 더욱 힘을 내서 정보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는 옛말을 되새겨야 할 때인 것이다.  

백서를 보면 우리나나라는 컴퓨터부문이 97년 22위에서 23위로, 방송부문이  17위에서 21위로 떨어졌으나 통신부문이 16위에서 11위로 5단계 상승했고, 인터넷부문에서는 27위에서 24위로 뛰어올랐음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컴퓨터부문은 우리들이 생각하기 보다 매우 낮은 순위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산원의 「99 정보화 통계집)을 보면 우리나라의 PC보급대수는 1천30만대로 조사돼 이번 백서에서 나타난 97년의 6백93만1천대보다 1.5배나 많은 수치여서 적어도 20위 이내에 들어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인터넷부문도 24위라는 점에 대해 의아해 하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인터넷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선진국수준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 같은 조사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은 일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백46%로 매우 높다. 97년 한해 성장률은 무려 2백15%로 급성장했다. 인터넷이용자수도 99년말 1천명을 돌파한데 이어 2000년 4월 현재 1천4백56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98년에 비해 각각 2백47%, 3백41%의 성장률을 나타낸 것으로 인터넷부문의 순위는 해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4개부문 중에서도 가장 괄목할만한 수준에 올라있는 것은 바로 통신부문. 최근 2년동안 이동전화가 급속하게 보급된 데 힘입어 11위라는 놀라운 순위를 나타냈다. 우리나라의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99년말 2천3백44만명에서 올 4월 현재27백52만명으로 늘었다. 98년 1천3백98만명에 비하면 2배나 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국민들의 정보이용동향을 나타내는 국민정보이용지수는 지난 1·4분기의 경우 지난해 4·4분기에 비해 24.14%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정보이용지수를 구성하는 보급수준은 전분기에 비해 약간 감소한 17.99%을 기록했으나 이용수준성장률은 23.5% 늘어난 40.97%를 나타냈다. 이는 정보화기반의 빠른 확산과 정보이용의 활성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이용수준의 급격한 성장률은 지난해 4·4분기에 인터넷PC와 인터넨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에 따라 인터넷 및 PC이용량이 크게 늘어났으며 상대적으로 요금이 비싼 초고속통신망의 이용증가로 통신업체의 매출액이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한국전산원이 지난 95년에 내놓은 「95 국가정보화백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정보화수준이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 5개국에 비해 20%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을 100으로 잡았을 때 미국 699, 영국 496, 일본 490, 독일 475, 프랑스 437이었다. 95년백서와 2000년백서는 조사방식을 달리했기 때문에 그때와 지금의 차이를 정확하게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의 정보화수준이 그때보다 훨씬 향상된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결과만 가지고 만족하거나 자만해서는 안될 일이다. 빛의 속도 보다 더 빠른 「생각의 속도」가 이 시대의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더욱 강력하게 정보화를 추진해나가야 한다. 왜냐 하면 다른 나라도 우리 이상으로 정보화향상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 하나를 안고 있다. 정보화의 역기능을 해소하는 일이다. 그래야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누구라도 마음놓고 정보화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사이버공간에서의 사이버테러, 바이러스유포, 음란물유통 등은 사회질서를 어지럽힐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까지 위축시키고 있다. 이는 결국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다행히 백서발간 다음날인 지난 12일 정부가 대통령주재로 전략회의를 열고 개인정보유출, 해킹, 바이러스유포, 사이버테러, 음란·폭력물유통 등 정보화의 역기능을 해소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대책을 수립, 시행키로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국가정보화를 선진국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이처럼 정보화역기능, 다시 말해 정보화로 가는 길에 나타나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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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
200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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