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다가도 미움받기 일쑤인 휴대폰

최근 며칠사이 휴대폰에 관해 부정적인 기사가 언론에서 계속 보도되고 있다. 운전 중에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은 음주운전이나 다름없으니 법적으로 규제할 것이라거나, 휴대폰벨소리가 소음을 일으키고 전자파가 전자기계작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공 장소 등에는 아예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전파차단장치를 설치할 것이라는 기사도 보인다.

뿐만 아니다. 휴대폰을 너무 많이 쓰다보니 부품수입의 급격히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무역수지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영국 같은 나라는 건강을 해칠 우려가 많다는 이유로 어린이들의 휴대폰사용을 금지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사실 요즘들어 휴대폰처럼 우리들의 사랑을 받게 된 물건도 드물 것이다. 사회가 정보화로 치달으면서 컴퓨터·인터넷·휴대폰 3가지야말로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3대 요소인 의·식·주 못지 않게 중요한 「정보화사회의 3대 요소」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받는 애완품이고 필수품이라도 그것이 우리의 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진다면 그것의 사용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제약하려는 것 또한 인간의 속성이다.

꼭 3년전인 지난 97년 중반부터 PCS전화가 등장하면서 급속히 늘어난 휴대폰소유자는 99년 9월 시내전화가입자(2천78만2천명)를 앞질러 2천1백3만4천명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 4월말 현재는 가입자수가 2천7백51만8천명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 10명 가운데 6명이 휴대폰은 쓰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만 해도 시계를 집에다 두고 오면 매우 허전하고 당장 불편했다. 그러나 요즘은 휴대폰을 잊고 나왔다가는 불편하다 못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불안해진다. 이른바 「엘리제 이펙트」증세를 일으키게 된다. 애완동물이 가족의 일원으로 대접받고 있듯이 휴대폰도 이제 더 이상 기계가 아니라 느껴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러나 문명의 이기라는 게 묘한 것이어서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만큼 폐해도 뒤따른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처음에는 공사용으로 쓰이다가 나중에는 인명살상용 폭발무기로 발전한 것이 그렇고, 먼 곳에 빨리 가려고 만든 자동차가 잘 못됐을 경우 사람의 삶을 빨리 마감케 하는 것도 그렇다. TV란 놈도 사실은 「바보상자」라고 불릴 만큼 인간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휴대폰 역시 이 같은 반열에서 예외가 될 수 없는 존재이다. 휴대폰이 가져온 여러 가지 문제점(?) 가운데 가장 먼저 거론됐던 것이 바로 소음공해가 아닌가 싶다. 지하철이나 버스안, 공연장, 강연장, 강의실, 심지어는 조용히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도서관에서조차 그놈의 벨소리가 울려대니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벨만 울리면 그래도 나은 편이다. 몰상식하게 큰 소리로 통화를 하는 사람까지 있어 옆의 사람들을 짜증나게 한다.

시인 황지우는 어느 신문에 쓴 칼럼에서 휴대폰을 두고 「미친 기계」라고까지 표현했다. "인적이 뜸한 주택가 저편에서 웬 중년남자가 혼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미친 사람 같았다. 나는 그가 나에게 무슨 적의를 품고 있나 해서, 방어적인 자세로 그를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위에 인용한 글은 황지우가 쓴 칼럼의 첫 대목이다. 그의 글을 조금만 더 인용해보자. "오랜만에 거리에 나타난 그 광인은 길 한가운데 서서 허공에 삿대질을 해대면 고함을 질렀다. 무슨 외상값을 갚으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생식기와 관련된 욕설을 잔뜩 퍼부어 대고 있었다."

황지우는 이어 "그가 내 옆으로 스쳐갈 때에야 그의 왼쪽 귀에 그의 두툼한 주먹이 쥔 휴대폰이 붙어있다는 것을 나는 발견했다"고 쓰고 있다. 그의 글이 아니더라도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사람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 미친 사람이 아니고는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장면을 연출한다. 다만 진짜로 미친 사람과 다른 점은 황지우의 글대로 귓가에 휴대폰이 붙어있다는 사실이다.

글의 방향이 약간 빗나간 듯하지만 휴대폰이 몰고 온 이상하고 잘못된 현상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휴대폰사용에 따른 교통사고발생은 정말로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경찰청과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 공청회를 열어 운전중 이동전화 사용이 운전자의 사고대처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운전도중 통화할 때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에 대한 반응시간이 평균 1.41초로 평소의 1.18초 보다 길었으며 장애물을 발견하는데 걸린 시간도 0.76초로 평소의 0.6초 보다 길었다는 것이다.

유럽의 많은 국가와 일본, 홍콩, 태국 등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운전중 통화를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을 고쳐 오는 8월부터 버스, 택시, 화물차 등 사업용 자동차에 대해서는 운전중 통화를 할 경우 2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올 안에는 자가용 운전자에게도 적용하는 법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하니 교통사고가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위에서 지적한 것들 말고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 바로 휴대폰 전자파에 따른 건강문제일 것이다. 영국에서는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기억력 감퇴와 알츠하이머병, 암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옴에 따라 어린이들의 휴대폰사용을 금지하는 강도 놓은 지침을 마련중이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편리성과 필요성이 너무 많은 휴대폰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우리들이 휴대폰과 같은 문명의 이기에 대해 걱정하고 필요한 경우 제약을 가하는 것은 바로 이 세상을 보다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가려는 인간의 슬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인간은 이 지구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아무리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라도 인간만이 갖고 있는 재주와 슬기로 해결해 왔음을 역사책에서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휴대폰은 결국 미운 오리새끼가 아니라 지금보다 더욱 소중한 애완품으로 발전할 것이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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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2000년 0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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