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사랑을 싣고

KBS TV방송에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가 있다. 초등학교시절 짝사랑했던 여학생, 자신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은사, 아주 어려웠을 때 도움을 준 은인,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죽마고우 등을 찾아보는 프로다.

벌써 여러 해째 방영되고 있는 이 프로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 같아서 실감이 나는 탓인지 인기가 매우 높다. TV화면에서 펼쳐지는 애틋한 장면을 보노라면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나도 몰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바로 우리들이 경험했던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인터넷사이트에서도 이 같은 사람찾기가 한창이다. 인터넷이라는 특성 때문에 TV가 감당해내지 못하는 내용까지 가능해서 떠들석하다고 말해야 할 지경이다. 동창생찾기 뿐만 아니라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있은 뒤로는 헤어진 가족을 찾는 사람들로 인터넷공간이 크게 붐비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동창찾기 수준이던 것이 이제는 어릴 때 헤어진 가족이나 해외입양자를 찾는 사람도 크게 늘어났다. 불과 몇 년 전에 잃어버린 미아를 찾는 부모들도 많다. 남북이산가족상봉에 이어 남남이산가족찾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할 만하다. 아마도 우리사회는 지금 「사람찾기 신드롬」에 빠져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요즘 술집에는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알게 된 친구들이 오랜만에 동문회를 하느라 난리들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결혼 전에 사귀었던 애인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가정불화까지 생긴 사람도 있을지 모를 일이다. 물론 잊지 못할 사람을 찾음으로써 더 없는 기쁨을 맛보는 사람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틈만 있으면 동창회사이트에 들어간다고 해서 「인터넷동창회 중독증」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필자는 줄곧 서울에서 살다가 2년전 부산에 내려와 살고 있다. 딸아이와 아들놈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몇 달 전부터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자기들이 다녔던 서울의 일원초등학교 동창생들과 연락을 하고 있으며, 지난 달에는 방학을 이용해 남녀친구들을 만나러 서울까지 갔다왔다. 몇 년전에 헤어진 고교동창생들도 인터넷에서 자주 만나고 있다.

이런 걸 보게 되면 부럽기도 하면서 왜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게 없는 시대에 성장했는가 하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아마도 40대 이상의 세대들은 거의가 필자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소식이 끊긴 친구가 보고싶지만 아주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슬픔(?)마저 느끼게 된다.

인터넷을 생활화하고 있는 지금의 N세대들은 30∼40년이 지나도 헤어진 친구소식을 몰라 애태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평생번호와 마찬가지인 휴대폰과 평생주소라 할 수 있는 e메일(전자우편)주소를 갖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연락이 가능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N세대로 불리는 요즘의 젊은이들이다.

지난 79년에 폐교된 서울「남대문국민학교」14회 졸업생들이 모교를 떠나지 41년만에 만났다는 기사를 얼마전에 읽은 일이 있다. 이들의 나이가 50대 중반이니 이미 얼굴에 주름살이 패인 중늙은이들이라 하겠다. 이들이 40년이 지났는데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정광섭씨(55)라는 사람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프트웨어 보안장치 판매사의 대표인 정씨는 여기저기서 동창생들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내 1백30여명의 명단을 확보해 적극적으로 동창생찾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물론 전화와 우편을 이용했지만 인터넷을 이용한 게 큰 덕을 보았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요즘에는 홈페이지까지 개설해놓고 친목을 꾀하고 있다고 하니 정씨와 나이가 비슷한 필자로서는 부럽기 짝이 없다.

사실 필자의 모교인 부산「동광국민학교」도 몇년전 이웃에 있는 「남일국민학교」와 합쳐지면서「광일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뀌는 바람에 모교를 잃은 거나 다름없는 처지가 되었다. 더욱이 오는 10월이면 옛 남일국교자리에 짓고 있는 새 건물이 완공되면 현재의 자리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모두 그리로 옮겨가고 건물은 곧바로 헐릴 예정이다.

지난 6월엔 이를 아쉬워한 부산의 몇몇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42년만에 모교를 찾아가 교정을 거닐며 추억에 젖어보고 기념사진도 찍었지만 허전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교가 헐리기 전에 전국의 동창들이 이곳에서 만나도록 해보자"고 뜻을 모았지만 친구들을 찾기가 수월치 않아 과연 우리들이 다짐이 실현될지가 걱정이다. 동창생들이 인터넷을 할 줄 안다면 힘이 덜 들텐데 거의가 컴맹·넷맹이니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동창생을 찾을 수 있는 사이트는 상당히 많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학교동문코너가 있다. 웬만한 학교의 동창회는 이곳에서 찾을 수 있을 정도다. 개별사이트로는 모교사랑(www.iloveschool.co.kr)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개설한 이 사이트는 회원수만 2백30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밖에 동창(www.dongchang.com), 다모임(www.damoim.net), 백투스쿨(www.back2school.co.kr) 등이 있다.

헤어진 가족을 찾는 사이트도 많다. 휴먼파인드(www.humanfind.co.kr), 그리운 가족찾기(www.reunion.or.kr), 보고싶은 얼굴(www.face.co.kr) 등은 남북이산가족 상봉이후 어릴 때 헤어진 부모나 잃어버린 자식을 찾는 사연들로 넘쳐나고 있다. 사람찾아주기를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방송 예스터데이(www.yesterdaytv.com)도 인기를 끌고 있다. 경찰전산망(www.smpa.go.kr)에도 가족을 찾는 사연들이 하루 1백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

이밖에 PC는 사랑을 싣고(1052.net), 피플서치(search.itsme.co.kr), 사람찾기마당(www.itnews.org/114), 파인트맨(www.findman.co.kr) 등 사람찾기 사이트만 50여개에 이르고 있다. 또 프리챌(www.freechal.com), 싸이월드(www.cyworld.com), 세이클럽(www.sayclub.com) 등에서도 사람찾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찾아주는 사이트가 아무리 많아도 필자의 나이에 인터넷으로 헤어진 친구와 은인, 그리고 첫사랑을 만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미쳐서는 서글픔을 느낀다. 굳이 사람을 찾고 싶다면 그저 옛날 방식으로 수소문하는 길 밖에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인터넷은 사랑을 싣고」라는 말은 아무래도 남의 일로만 여겨진다. 나이가 들수록 그리운 것은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들, 소식을 알 길 없는 친구들인데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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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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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olumnist.org 서울칼럼니스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