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가 따로 있는 유명인의 도메인네임
*누가 유명인의 이름으로 된 도메인을 가지려 하는가

인터넷이용의 확산과 함께 도메인을 갖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면서 도메인네임과 관련한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유명인의 이름을 제3자가 먼저 차지하자 그 이름의 주인공이 이를 뒤늦게 알고 반환소송을 제기했다는 얘기는 상당한 흥미거리가 되기도 한다. 도메인은「먼저 차지하는 게 임자」라는 게 통념이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어 화제는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영화 「프리티우먼」으로 유명한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도메인을 소송을 건 끝에 찾아왔다는 소식은 바로 이런 경우에 속한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특허 및 상표권 보호를 위한 유엔 산하단체인 세계지적소유권기구(WIPO)가 지난 2일「juliaroberts.com」의 사용권을 둘러싼 분쟁에서 도메인 등록 및 판매자인 러셀 보이드라는 사람대신 로버츠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유명인사들의 이름을 사용해 도메인을 선점하는 「도메인 무단점거자(Cybersqatter)」의 행동을 규제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린 이 같은 소식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해주고 있다. 함부로 남의 이름을 나의 도메인네임으로 쓸 수 없게 된 때문이다.

이 분쟁은 유명한 이름의 도메인을 먼저 등록해 판매하는 미국의 러셀 보이드라는 사람이 지난 98년 11월 영화배우 줄리아 로버츠의 이름으로 된 도메인을 선점하자 이를 뒤늦게 안 로버츠는 "보이드가 등록한 문제의 도메인은 나의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 상표권을 도용한 것" 이라고 주장, WIPO에 도메인네임 반환심의를 요청하면서 비롯됐다.

WIPO의 배심원들은 "유명인의 이름이나 잘 알려진 회사명은 포괄적으로 상표권에 속하므로 보이드는 문제의 도메인주소에 대한 합법적인 소유권이 없다"면서 줄리아 로버츠에게 이를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보이드는 이 도메인을 e베이사이트상에서 경매를 부쳐 2천5백달러의 가격을 제시받았으나 거절당했으며, 현재 영화 「대부」에 출연한 알파치노의 이름을 딴 「alpacino.com」이라는 도메인네임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보다 앞서 WIPO는 1백30여개의 도메인 이름을 등록해 놓은 케임브리지 대학의 대학원생에게 영국의 유명작가 지네트 위더스푼의 이름이 들어간 도메인을 본인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현재 WIPO에 계류 중인 도메인명 관련 분쟁은 유명가수인 지미 핸드릭스와 TV쇼 진행자인 조니 카슨의 이름을 딴 「jimmyhendrix.com」. 「jonnycarson.com」등 5백31건이다.

한편 지난 97년 프랑스 파리에서 영국의 다이아나 황태자비와 함께 자동차사고로 숨진 도디 알 페이드의 아버지 모하메드 알 페이드도 자신의 이름으로 된「dodialfayed.com」의 소유권을 미국 데이터시의 로버트 보이드로부터 찾았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20일 UN의 상표권기구가 이 도메인을 먼저 등록하고 그 대가로 40만달러를 요구한 로버트 보이드에게 법적 소유권이 없다고 판결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도메인과 관련해 분쟁이 자주 일어나자 외국에서는 유명인의 이름은 그 자체가 상표권의 성격을 띤다는 판단아래 제3자가 먼저 등록하더라도  본인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이를 돌려주도록 판결하고 있다. 유명인의 이름으로 된 도메인은 당사자만이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적절한 선례가 없어 먼저 등록한 사람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도메인네임을 검색해 보면 유명기업이나 메이커, 유명인사 및 연예인의 이름들은 어김없이 등록돼 있는데 해당회사나 본인이 아닌 경우가 상당히 많다. 몇 년전에는 어떤 이가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의 이름을 딴 「jungjuyung.co.kr」을 먼저 차지해놓고 현대측과 흥정을 벌였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소문나 있다.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자골프선수들이 도메인네임을 남에게 선점당해 곤란을 겪었던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98년 박세리가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각광을 받게 되자 제3자가 「seripak.com」을 먼저 등록한 뒤 거액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으며, 김미현의 경우도 「mihyunkim.com」을 캐나다에 살고 있는 동명이인 교포가 먼저 등록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mhkim.hbtel.com」이라는 도메인을 써야하는 형편이 됐다.

또 지난 5일 그린스닷컴 LPGA 클래식에서 프로대뷔 첫승을 거둔 박지은도 미국식 이름인 「gracepark.com」이 뉴욕의 실버업체에서 먼저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net」도메인네임도 재미 한국인 목사가 미리 차지, 양도조건으로 박지은측에 상당액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박지은은 이를 거부하고 한국인들만 주로 접속하는「gracepark.co.kr」도메인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남의 이름을 제3자가 선점하는데 대해 비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그야말로 물질보다는 무형의 정보가 더 많은 가치를 지니는 정보화사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행위를 무조건 나무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인터넷이라는 가상세계는 엄연히 현실과 다르고, 네티즌이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 무제한이라는 점에서 정보마인드가 앞선 사람이 먼저 가상세계에 뛰어들어 그곳에서 쓰는 이름, 다시 말해 도메인네임을 갖는 일을 어떻게 나무랄 수 있단 말인가.

정보화라는 시대적 흐름을 미리 알아차리고 남보다 앞서 달려가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행위를 억지로 막아서는 안된다. 만약 그러한 행위를 법적으로 규제한다면 그것은 정보화의 물줄기를 역행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이다. 인터넷시대에서 도메인네임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인데도 아무런 생각없이 외면하고 있다가 뒤늦게 소유권을 주장하는 행위도 결코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다만 상업적인 목적으로 유명인의 이름을 먼저 등록해 놓고는 그 이름의 주인에게 거액의 돈을 받고 파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겠다.

필자는 지난해 6월 개인에게도 도메인등록이 허용되자 본인과 아내, 딸, 아들 등 가족 4명 모두의 도메인네임을 등록했고 일부 친지들에게도 권유했다. 아마 필자가 유명인이었다면 이름자체를 도메인네임으로 정했을 텐데 그러지를 못하고 「인터넷친구들」이라는 뜻의 「netfriends.pe.kr」을 등록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께서 혹시 미래에 유명인사가 되어 이름을 떨칠 것으로 확신한다면 남들이 선점하기 전에 미리 자신의 이름으로 된 도메인네임을 등록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돈을 주고 사거나, 번거롭기 짝이 없는 법적 소송을 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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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200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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