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컴퓨터와 네트워크 컴퓨터의 생존경쟁(2)

* (1)에서 이어집니다.

필자가 NC(네트워크 컴퓨터)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 것은 이 같은 이유외에 그 동안의 전자제품 발전과정을 살펴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생활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한 70년대 이후 TV나 오디오세트 등 각종 전자제품을 숱하게 사고 쓰고 버려왔다. 다른 말로 바꾸면 가전제품을 만드는 메이커들은 처음에는 그저 화면이 깨끗하고 소리가 잘 나는 물건을 만들어 팔다가 일정수준에 이르러 판매신장률이 떨어지자 이번에는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온갖 기능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 재미를 보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시일이 지난 뒤 전자제품이란 기능이 많고 복잡할수록 쓰기가 불편하고 고장이 잘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요즘은 어떤가 역설적으로 기능이 간단하고 쓰기가 쉬운 물건이 더 비싸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럴수록 고장도 안 나고 성능도 좋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소비자들은 이제 값이 좀 비싸더라도 단순기능을 가진 제품을 더 선호한다. 단순할수록 오래 쓰고 고장이 없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우리는 PC와 NC의 장래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예를 살펴봄으로써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할 것 같다.

우선 오디오의 경우를 보자. 오디오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80년대에 우리는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춘 오디오세트를 사서 음악감상을 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때는 한 상품에 라디오는 물론 LP레코드를 들을 수 있고 테이프로 녹음도 할 수 있는 것을 최고의 상품으로 꼽았다. 그런 것을 사들여 놓고는 이웃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음악을 듣는 수준」이 높아지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오디오의 궁극적인 목적이 훌륭한 음질에 있다면 여러 가지 기능보다는 좋은 앰프와 스피커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제는 백화점이나 전자상가에 가보면 이런 저런 기능을 갖춘 것보다는 아주 단순한 기능을 갖춘 제품이 훨씬 비싼 경우가 많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외국제품은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 오디오분야는 분명히 단순한 것을 택하는 시대가 오고 만 것이다.

TV세트의 경우도 만찬가지이다. 흑백TV에서 컬러TV로 바뀌기 시작한 80년대 초 그저 빠리 켜지는 제품만들기에 열을 올리던 가전 메이커들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큰 제품을 많이 찾게 되자 이번에는 고객유치를 위해 예약녹화다, 되돌려보는 슬로모션이다, 이중화면이다 하면서 엄청난 광고공세를 통해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불러 일으켰다.

이 같은 선전에 솔깃해진 소비자들은 메이커들의 희망대로 앞을 다투어 많은 기능을 갖고 있는 TV를 경쟁적으로 샀음은 우리 모두가 다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어떤가. 과연 복잡하고 다기능적인 TV가 과연 꼭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는가. 이 질문에 모든 이들이 아니라고 대답할 것으로 필자는 자신하고 있다.

오디오기기의 예에서처럼 TV세트 또한 복잡하고 기능이 많을수록 고장 잘나고 성능 안좋고 이용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은 뒤늦게나마 알게 된 것이다. 지금도 많은 가정에서는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춘 TV나 오디오기기를 갖고 있지만 대부분 그저 리모콘으로 스위치를 켜서 보거나 듣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그저 일부 젊은 층이나 매니아들만 집에 있는 가전제품의 기능을 활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오디오나 TV만 그런게 아니다. 우리들이 필수적으로 쓰고 있는 물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카메라이다. 카메라 역시 없는 가정이 없을 만큼 필수품이 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사진을 좀 찍어 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요즘 널리 쓰이고 있는 소형 자동카메라의 성능이 과거 수동식 카메라에 비해 해상도(화면이 잘 나오는 정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사실 말이다.

오디오나 TV세트가 잘 팔리기 시작하면서 카메라도 역시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 70년대 흑백필름을 사용할 때만 해도 일부 부유층에서만 쓰든 것이 80년대에 접어들어 국민소득이 향상되면서 카메라보급은 급격히 신장됐다.

카메라 메이커들은 많은 사람들이, 비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기능을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든 소형 자동카메라를 제작해 엄청난 재미를 보았다. 카메라촬영에 대한 상식이나 지식이 없더라도 그냥 누르기만 하면 명암과 거리가 자동조절된 사진이 나왔고 조금 지나서는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었던 줌기능은 기본이고, 연속촬영, 근접촬영 등이 가능한 카메라도 등장했다.

그런데 사진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흡족하지 못한 것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카메라의 생명은 뭐니뭐니 해도 깨끗한 화면인데 우리들이 흔히 쓰는 자동카메라는 바로 이 「생명」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60,70년대의 쉬원찮은(?) 카메라보다 80,90년대의 첨단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훨씬 해상도가 나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처럼 모든 전자기기는 기능이 복잡할수록 본래의 기능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역설이 성립되고 만다. 예를 들어본 오디오, TV, 카메라 등 아주 중요한 가정필수품이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자, 이제 결론을 내려 보자. 당신은 앞으로 무엇이 컴퓨터세계를 지배할 것으로 보는가. 현대인은 자꾸만 복잡해지는 일상생활에서 해방되기 위해 간편한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기능이 복잡하고 쓰기 어렵고 비싸고 고장 잘나는 기기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기능이 단순하고 쓰기 쉽고 값싸고 고장 잘 안나는 기기를 택할 것인가.

그렇다면 답은 간단해진다. 소비자들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가전제품의 종류가 무엇이든 간편한 것을 좋아하듯이 컴퓨터도 복잡한 것 보다는 쉬운 것을 택할 것으로 믿어진다.

전문가들은 최근들어 인터넷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NC가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이용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광통신망을 통한 네트워크의 접속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짐에 따라 NC의 활용기반이 다져지고 있다는 뜻이다.

멀지 않아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연결만 되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고 볼 때 그 역할은 분명히 NC가 맡을 것이라는 예상도 결코 무리는 아닌 듯 싶다.

"21세기 정보통신의 흐름은 래리 엘리슨의 두손에 달려 있다"고 내다본 미 경제잡지 「비즈니스 위크」의 최근보도가 시사하는 바는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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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netporer@hanmail.net
2000년 02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