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컴퓨터와 네트워크 컴퓨터의 생존경쟁(1)

많은 전문가들은 21세기 정보화사회를 이끌어 갈 주인공을 꼽으라면 서슴없이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업체인 미국 오라클사의 래리 엘리슨회장이라고 대답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엘리슨회장의 최대 라이벌(적수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을 지 모르지만)은 컴퓨터의 황제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빌 게이츠이다. 그는 빌 게이츠를 타도하겠다는 기치를 치켜세운 채 MS사를 향해 돌진하는 투사같은 이미지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내세우고 있는 슬로건이「IBM은 과거, MS는 미래, 오라클은 미래」라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새 천년년의 새시대는 바로 자신의 손에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PC)가 지배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이제는 네트워크 컴퓨터(NC)가 컴퓨터업계의 표준이 될 것이라는 게 엘리슨회장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새천년시대의 리더는 바로 자신이라는 뜻이다.

엘리슨이 빌 게이츠를 꺾기 위해 들고 나온 NC가 처음 주목받게 된 것은 90년대 중반. 기존의 PC가 값이 비싼데다 비교적 자주 주변기기를 장착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경제적 부담을 안아하는 대신 NC는 우선 값이 싸고 PC처럼 이것 저것 장착할 필요없이 꼭 필요한 몇가지만 갖추면 된다는 점에서 당시 컴퓨터업계에서는 차세대 컴퓨터롤 금방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빌 게이츠를 선두로 한 PC측의 강력한 대응과 새로운 기술개발, 그리고 기존 PC사용자들의 소극적인 반응 등으로 기대만큼의 진전을 보지 못한채 제자리 걸음을 걸을 뿐이었다.

NC의 특성은 무엇보다도 PC보다도 사용하기가 쉽다는 점이다. 컴퓨터를 프로그램을 짜고, 동화상을 만들고, 그래픽을 하는 일은 개인이 하기는 꽤나 어렵다. 이 같은 일은 PC를 사용하는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문서작성을 하거나 자신이 필요한 자료를 찾으려는 개인에게는 NC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PC처럼 복잡한 부대장치없이 각종 데이터베이스(정보창고)를 찾아가는 길만 열어주면 된다는 점에서 NC의 편리성과 단순성이 강조되고 있다.

NC가 자리를 잡으면  PC가 지배하고 있는 지금처럼 개인이 굳이 비싼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필요가 없게 되고, 주변장치가 몇 개 안되기 때문에 마치 가전제품처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엘리슨을 비롯한 NC우세론자들의 예측이자 주장이다.

그때는 천하무적 MS도 컴퓨터업계에서 퇴출위기에 몰릴 수 밖에 없다고 한 술 더 뜨고 있다. 값싸고 쉽고 간편한데 무엇 때문에 값비싸고 어렵고 복잡한 PC를 쓰겠느냐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PC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PC는 온갖 기능을 갖추고 있어 자신이 원하는 것이면 거의 1백% 해결해준다는 점을 강점으로 들고 있다. 굳이 남의 손을 빌릴 필요없이 나름대로의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생활속의 이기로 활용할 수 있는데 배우기가 좀 어렵다고 그같은 편리성을 외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인간은 자기만의 속성을 쌓으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컴퓨터를 잘 다루면 잘 다룰수록 외향적이기보다는 자기의 성에 갇히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자신만의 세계, 즉 자신의 PC로 자신의 정보를 보관하고 관리하길 좋아하지 NC처럼 다른 곳에 보관해 두는 것을 싫어한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결코 NC를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을 들어 볼 때 모두들 일리가 있고, 일견 무엇이든지 해결해준다는 PC가 판정승을 거두리라는 예상도 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PC의 강력한 도전자로 지목됐던 NC가 컴퓨터업계의 화려한 조명을 받고 등장한지 5∼6년이 되었지만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었던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아무래도 NC쪽이 유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PC사용자들을 보면 컴퓨터분야에서 자신이 다루는 분야(예를 들어 문서작성, 하드웨어수리, 소프트웨어 제작, 컴퓨터그래픽, 웹디자인 등)는 전문가이지만 다른 분야는 전혀 모르거나 조금 알뿐이지 이른바 만능 컴도사들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말로 바꾸면 자신이 필요한 몇 가지만 잘 하면 될 일인데 이것저것 다 잘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아주 전문적인 분야는 그야말로 전문가에게 맡기면 될 일인데 PC로 온갖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해서 언제 그것을 배운단 말인가.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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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2000년 02월 28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