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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칼럼 / 계절 잊은 '불청객' 황사
<2001년 3월17일자>
황사(黃砂)는 대체로 3월말부터 4월초에 몰려오는 '봄의 불청객'이다. 지난해 겨울에는 한반도 전역에서 황사현상이 몇 차례 관측되어 이제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불청객이 되고 있다. 황사현상이란 아시아 대륙 중심부에 위치한 사막과 황토(黃土)지대의 작은 모래나 먼지가 상층바람을 타고 멀리 이동해 낙하하는 현상으로 '아시아 먼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막지대에서는 이와 비슷한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아프리카 대륙 북부의 사하라 사막에서 발원하는 황사 현상은 '사하라 먼지'로 불린다. 대서양을 건너 플로리다 반도와 북쪽 유럽까지 먼 거리를 이동한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의 주요 발원지는 중국과 몽골 사막지대다. 이곳은 높새바람 탓에 매우 건조하고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지역이다. 만주지방에서 만들어진 황사가 우리나라까지 오는 데 1∼3일 걸리고, 중국 북부 사막지대서는 3∼5일 정도 걸린다. 황사에는 실리콘·알루미늄·카드뮴·납 등이 함유된 흙먼지가 주성분으로 대기를 오염시켜 눈병 호흡기 질환을 유발시킨다. 농작물의 기공까지 막아 성장에 지장을 주는가 하면 항공기 등 정밀 기계에 장애를 일으키게 한다. 국경을 넘어오는 것은 황사뿐만 아니다. 우리나라에 내리는 산성비 원인의 30%가 중국에서 흘러오는 대기오염물질이라고 한다. 80년대 이후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중인 중국은 에너지원으로 석탄산업을 늘리면서 지구온난화 기체인 이산화탄소와 산성비의 큰 원인인 아황산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기오염물질이나 황사는 일본에도 영향을 끼친다. 일본의 연구기관도 산성비의 40% 가량이 중국에서 날아오는 아황산가스 때문인 것으로 규정할 정도다. 황사도 연간 300만t 가량이 날아온다고 추산하고 있다. 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에 따른 황사나 산성비는 동북아 환경문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동참 없이 황사·산성비·황해 오염 등을 개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과 일본은 장거리이동 오염물질에 황사를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으나 중국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황사는 대기오염물질이 아니라 자연현상일 뿐이라는 주장을 펴며 반발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달 열린 한·중·일 3국 환경장관회의에서 중국이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공동조사에 합의함에 따라 돌파구가 열렸다. 특히 황사현상과 관계가 있는 중국 중·서부 생태계 복원사업에 한국과 일본의 지원을 요청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가시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황사현상이 올 들어 처음으로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발생했다. 올해는 황사가 예년 보다 서너 차례 이상 더 발생 할 것이라고 한다. 호흡기질환 등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