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달에

9월과 10월은 축제의 달이다. 9월 1일 개막되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00>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문화축제들이 전국에서 펼쳐진다.

올해 34회를 맞는 울산의 <처용문화제> 처럼 전통에 바탕을 둔 축제도 열리고 금년에 처음 시작하는 <미디어시티 서울 2000> 같이 미래지향적인 축제도 열린다.추석의 한가위축제는 한해의 수확을 자축하고 기원하는 민속축제이며, <개천예술제>, <한라문화제>, <풍남제> 등은 주민의 화합을 다지는 복합축제의 성격을 지닌다.

<금산 인삼축제>나 <양양 송이축제>는 지역특산물을, 영동의 <난계 국악축제>는 그 고장이 배출한 인물을 주제로 삼는다. 요한 세바스쳔 바흐 의 서거 250주년을 기념하는 <바흐음악제>,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 <과천 마당극제> 는 장르를 달리하는 대표적인 축제들이다.

문화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매년 412개의 향토축제가 열리고 이 중 53.5%인 189개의 축제가 9-10월에 몰려있다. 참으로 다양한 축제들이 높고 푸른 가을 하늘아래 펼쳐질 예정이다. 그런데 이 많은 축제들 중에는 성공하는 축제도 있는 반면에 실패하는 축제도 적지 않다.

생산적인 축제가 있는가 하면 소모적인 축제도 있다. 무엇이 축제를 성공으로 이끄는가.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 다른 축제들과 구별되는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지역의 문화적 전통과 특성을 살리는 독창성이 필요하다.

흔히 우리 축제의 전형처럼 되어 버린 요소들-넓은 종합운동장에서의 개회식과 폐회식, 농악대의 길놀이, 학생들의 매스 게임, 각종 체육경기, 백일장, 미인선발대회, 가장행렬, 불꽃놀이, 먹거리 장터-이런 행사들로 축제가 진행된다면 결코 성공적인 축제가 될 수 없다. 백화점 식의 획일적인 프로그램으로는 결코 주위의 관심을 끌 수 없을 것이다. 축제의 차별화 전략은 필수적이다.

둘째 주민들이 동참하는 축제여야 한다. 관객이 없는 무대는 비참할 수밖에 없다. 무반응의 공연은 공허할 뿐이다.후쿠오카의 야마카사 축제나 아오모리의 네푸다 축제는 일본의 대표적인 <마쓰리(祭)>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 각지에서 각각 백 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주민 모두가 일년동안 정성 들여 만든 무거운 나무 가마위에 역시 주민들이 제작한 거대한 종이인형을 올려놓고 모든 주민이 번갈아 어깨에 메고 시내를 뛰어 다니는 이 축제들은 주민 전체가 직접 참여하고 동참하는 축제이기에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주민이 외면하거나 방관하는 축제는 단순한 의례이거나 허식에 지나지 않는다.

셋째 축제는 생산적이어야 한다.축제는 환희와 신명 그 자체이다. 일상의 권태에 대한 반란이며 난장(亂場)이다. 때문에 축제는 일상의 삶에 생기를 불어 넣어야하고 활력을 북돋아야 한다. 축제는 썰물의 허전함보다는 밀물의 포만감을 안겨줄 때 생명력을 갖는다.

축제는 지역 주민을 고무하고 단합시키는 역할을 해야한다. 자긍심을 고취하고 그 지역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 시켜야 한다. 축제가 그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때 생산적인 축제로 평가받을 수 있다.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의 조성, 시설의 완비는 축제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여주는 근간이다. 불모의 폐광(廢鑛) 촌을 축제의 도시로, 막대한 관광수입을 올리는 부유한 마을로 바꾼 일본의 유바리 영화제나 미국의 아스팬 페스티벌은 생산적인 축제의 전형으로 삼을 만 하다.

넷째 축제에는 뛰어난 전략과 경영능력이 뒷받침될 때 성공할 수 있다.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문화적,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수반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축제들과 차별화하고 특화시키는 전략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일이다.때라서 성공적인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문화 기획자, 뛰어난 예술경영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제 본격적인 문화축제의 계절이 다가왔다. 전국 곳곳에서 펼쳐질 신바람 나는 축제들이 답답한 우리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 주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http://columnist.org/getiger
http://columnist.org 서울칼럼니스트모임